현대건축의흐름
유현준/미세움
현대건축의흐름
도서 정보
도서 내용
우리는 집에서 생활하고, 직장에서 일을 하고,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주말에는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보러가고,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등 여가생활을 즐긴다. 사람에게 건축이란, 집이나 성, 다리 등의 구조물을 설계하여 흙이나 나무, 벽돌 등으로 세워 짓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사전적인 의미 이상으로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지만, 너무 가까워서 미처 느낄 여유조차 없이 우리 옆에서 수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건축이 전하는 메시지다. 전혀 개성적일 수 없는 아파트나 건축주에게 막대한 임대료를 안겨주는 볼품없는 고층빌딩에서 시선을 돌려보자. 뜻밖에 많은 건축대가들과 한자리에서 호흡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건축을 분석하고 비판하며, 올바른 시선으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 한순간에 건축은 시멘트 덩어리에 불과해진다. 건축을 제대로 알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건축은 우리의 생활환경이고 이것에 의해 삶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동안 여러 매체에 오르내리던 유명 건축가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하지만 근래 주목받고 있는 건축가까지 과거를 이끌고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건축세계를 열어준다. 단순히 건축물의 설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축대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의미, 현실의 벽을 극복하고 더욱 찬란히 솟아오를 수 있었던 과감한 선택,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숨은 매력을 저자는 풍부한 그림과 함께 풀어내고 있다.
흥미로운 건축물들이 지어지고 있는 현대건축물에 대한 이해를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지금까지 건축디자인에 대해서 설명한 많은 서적들이 있었지만,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인 저자 스스로가 ‘2009년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할 만큼 활발히 디자인 실무를 다지고 있는 실무자 입장에서 쓴 책이기에 현장감 있게,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많은 사진을 통해서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편하게 빠져들 수 있는 책이다.
건축사를 논하는 데는 사조별로 나누기도 하고, 시대별로 나누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건축가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어서, 각 작품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의 배경과 프로세스를 지루하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영?혼?육 세 가지로 분석되어지는 것에 비유해서, 건축가의 유형을 사용자의 신체적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기능적 수준의 건축가, 사람들의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는 지적인 수준의 건축가,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의 실존적인 물음에 공간으로 답해주는 가장 높은 수준인 영적인 수준의 건축가로 나누어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흔히 말하는 스타건축가를 때로는 칭찬으로 때로는 신랄한 비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반백년 동안 건축이 만들어낸 중요한 이슈들을 작품 중심으로 풀어가면서 마지막 장에서는 어떠한 건축가가 21세기의 건축대가가 될지를 예측하고 있다. 저자는 20세기 후반의 건축을 논하면서, 건축은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여 나타나는 결과물인데 20세기 후반부의 사람들의 생활상은 인터넷과 휴대폰이 있기는 하지만, 20세기 초반에 발명된 전화, 자동차, 비행기, TV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전시대의 거장들에 비견될만한 대형 건축가들이 나오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다가올 시대는 환경적인 변화로 인해서 세상과 사람들의 삶의 형태가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며, 이에 맞추어서 새로운 건축과 대가들이 출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자는 또한 최근 들어서 보이는 건축, 패션, 산업디자인 등 각종 디자인분야의 융합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이유를 각 분야의 작가들이 모두 같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동일한 디자인-제작과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다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저자는 건축은 건축가만의 결과물도 아니고 건축주만의 경제논리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한다. 건축은 바라보고 생활하는, 그 건축물과 함께 호흡하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편안함을 줘야 한다. 그렇기에 건축전공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다음 시대의 대가는?
이 땅에서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